자동차 엔진과 배기량에 관한 기본적인 상식
자동차의 엔진은 배기량(displacement)에 따라 크기와 출력, 연료 소모량 등이 다양하게 변화된다. 배기량은 글자 그대로 해설하면 ‘밀어낸 공기의 양’이다. 즉 연소실에서 밀어낸 연소 후 가스의 양. 따라서 이 ‘배기량’은 연소실의 크기를 뜻하는 것이며, 연소실이 크면 그만큼 힘을 더 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연소실의 크기는 실린더의 지름과 길이의 곱인 세제곱 ㎜, 또는 ㏄로써 나타내는데, 두 단위는 같은 의미를 가지며, 한 개의 엔진의 배기량은 각 연소실 실린더의 배기량×기통수이다. 그러므로 4기통 800㏄ 경승용차 엔진이라면 한 개의 연소실이 200㏄(200㎤)의 용적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실제 배기량의 수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은 800이나 1,800, 2,000 등으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일단 기통 수가 여러 개이므로 모두 합친 용량의 마지막 자리를 0으로 맞추기가 어려울뿐더러 실린더의 직경을 0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자리 숫자의 치수로 가공하여도 정확히 0으로 떨어지도록 부피를 맞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부르기 쉽게 마지막 자리를 정리하여 부르는 것이다. 즉 1,300㏄로 알고 있는 어느 소형차는 실제로 1,323㏄이며 1,800㏄로 표시되어 있는 중형차는 1,798㏄인 것 등이 그 예이다.
엔진이란?
엔진의 종류와 용도, 목적 등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내연기관의 배기량은 아주 작은 엔진의 경우 약 2㏄자리에서부터 큰 것은 50,000㏄이상의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2㏄정도의 배기량을 가진 것은 사실상 실용성이 있는 제품에 쓰이지는 못하고 모형 항공기의 동력원 등으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50,000㏄급 정도의 엔진은 대형 중장비나 선박의 동력원으로 쓰인다. 자동차에 쓰이는 엔진으로서는 가장 작은 것이 330㏄에서 큰 것은 27,000㏄짜리도 있다. 물론 27,000㏄는 대량생산 차량은 아니고 ‘기록’을 위하여 만든 차량이다.
배기량은 연소실의 크기를 나타내는 수치이지만, 하나의 엔진의 배기량이 얼마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크기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배기량의 크기는 바로 그 엔진의 출력과 연관되는 수치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배기량이 큰 엔진이 출력도 크겠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엔진의 출력을 나타내는 방법은 크게 본다면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우리가 보통 ‘마력(馬力)’으로 알고 있는 ‘최대출력’이고, 다른 하나는 무게 단위로 나타낸 듯이 보이는 ‘최대 토오크(torque)’이다.
엔진의 출력을 따질 때에는 ‘마력’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 엔진을 ‘사용’하다는 입장에서는 최대출력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엔진이 작동 가능한 최대 회전수에 도달했을 때 최대출력이 나오는데, 이것은 일의 양(量)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75㎏의 물체를 1초에 1m 옮기는 것이 1마력에 대한 정의인데, 만약 1초에 2m를 옮긴다면 2마력, 3m면 3마력… 등등의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엔진이 최대 회전수에 도달해서 빠르게 돌고 있다면 그 회전하는 일의 양은 최대가 될 것이다.
토오크는 다른 말로는 회전력이라고 한다. 이것은 일의 에너지를 표시하는 방법 중에서 질(質)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토오크를 보다 더 알기 쉬운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축을 비트는 힘’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는 속도의 개념은 없고 다만 얼마만한 힘이 들어 있는가의 의미이다. 아직도 출력과 토오크에 대한 개념이 서지 않는다면 하나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바람개비가 바람을 받아서 빠르게 회전한다고 하자. 1초에 5회전을 한다면 1분 동안 300회전이며, 상당히 빠르게 돌고 있다. 그런데 이 바람개비의 날개에 손가락이 닿거나 다른 물체에 부딪히면 바람개비는 곧 멈춘다. 1분당 300회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다른 예로 콩을 가는 맷돌을 생각해 보자. 맷돌의 회전속도는 빨라야 1초에 1회일 것이며 그보다 느린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바람개비와 맷돌은 적어도 회전수의 차이에서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바람개비는 아무리 빨리 돌아도 맷돌을 돌릴 만큼의 힘은 없다. 맷돌은 비록 바람개비보다 느리다 못해 굼뜨지만 무거운 돌을 돌려서 콩을 갈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의 일에 대한 개념이 양과 질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배기량이란?
배기량의 차이는 출력의 차이로 나타나지만 보다 직접적인 배기량의 차이에 의한 출력의 차이는 토오크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배기량으로도 최대출력을 ‘억지로’ 높일 수는 있지만 토오크는 높이기 어렵다. 토오크는 연소실의 폭발력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배기량이 적은 엔진이 최대 회전수를 높이 설정하여 최대 출력을 높였을지라도 토오크를 높이기는 어렵다.
경승용차의 엔진은 800㏄의 배기량을 가진다. 3기통이거나 4기통인데 한 개의 실린더가 약 200㏄ 정도의 용량의 연소실을 만들 수 있다. 작은 크기의 콜라 한 병이 대개 180㎖(180㏄)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음료수 4병으로 차가 움직인다고 상상해도 안 될 일은 아니다. 미국의 스포츠카 중에는 10기통에 8,000㏄짜리 엔진을 얹은 차가 있다. 실린더 하나당 800㏄일 것이므로 연소실 하나당 우리나라의 경승용차가 한 대씩 매달린 꼴이다. 이 엔진은 피스톤이 많아서 그다지 ‘빨리’ 돌지는 못해도 토오크는 상당하다. 속도는 느리지만 뭐든지 거뜬히 갈아버리는 맷돌인 것이다.
엔진이 최대 출력 ‘몇 마력’인 것은 ‘거기까지 가면 그런 힘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지 늘 항상 그런 마력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실용 가능한 힘은 엔진의 회전속도가 3,000rpm 정도에서 나오는 토오크이다. 이것은 일상적인 조건에서 언제나 쓸 수 있는 힘이다. 토오크의 개념은 간단하다. 연료가 연소실에서 폭발하는 힘이 피스톤을 눌러 내리고 이 에너지가 크랭크에 의해서 회전운동으로 바뀌므로 피스톤의 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토오크가 증대되며, 배기량이 크면 그만큼 폭발력도 커지므로 축에 가해지는 피스톤의 누르는 힘, 즉 토오크는 증가한다. 그렇지만 이 토오크도 무한정 증가 할 수는 없다. 연소실의 폭발횟수가 많아지면 토오크가 증대되며 회전수도 증가하겠지만, 일정 회전수 이상(대개는 3,500~4,000rpm 이상)이 되면 기계적 에너지 손실도 증가하여 토오크는 엔진을 회전시키기 위한 힘으로 자체 소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엔진의 기계적 마찰과 토오크가 상쇄되는 지점 직전의 회전수에서 최대의 회전력을 얻을 수 있다. 이 회전수는 대개 각각의 엔진의 최대 회전수의 1/2부근에 위치하며 이 회전속도는 엔진의 일상적 사용조건의 회전수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최대출력이 높은 엔진보다는 최대 토오크가 높은 엔진이 ‘운전하기에’ 편하며 피부에 와 닿는 고출력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제공 : 삼성교통박물관 (http://www.stm.or.kr)